본문 바로가기

STS

서민우, 베이컨주의, 2016

서민우, 베이컨주의, 『21세기 교양, 과학기술과 사회』 中, 2016, pp.14-24



베이컨(1561~1626)은 근대 초기 영국을 대표하는 법관, 정치가, 철학자이다. 

그의 사상을 집약한 베이컨주의 과학철학은 17세기 과학혁명에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근대정신의 대명사가 되었다.


베이컨주의의 시작, 『학문의 진보』 : 

베이컨주의는 1605년에 출판한 『학문의 진보』에서부터 그 기조를 드러냈고, '인류의 복지에 기여할 조작적 지식의 이념'과 그러한 지식의 증진을 위한 '실용적 처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근대인들은 고대인들의 '관조적 삶'에서 '실천적 삶'으로 나아갔다.

기성 세계에 갇혀 있는 스콜라철학을 극복하고 새로운 지식의 증진에 나설 것을 시대정신으로 요청하고 있었다. 이러한 요청에 걸맞게 새로운 학문(scientiae)의 분류를 제시했다(역사학, 시학, 철학). 철학은 다시 대상을 기준으로 신, 자연, 인간으로 3등분 되었다. 특히 자연철학을 전면 재조직하고 성격을 재규정하였다. 


새로운 비전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 제시, 『신기관』 :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귀납법''실험적 방법론'을 새로운 학문의 토대로 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식 생산 방법론인 논리학, 그중 삼단논법을 비판 :

첫째, 대전제와 소전제가 참일 때에만 옳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전제가 참이라면 결과가 필연적이긴 하지만, 지식 증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또한 당대의 식자들은 그릇된 전제들에서 연역한 그릇된 결론들을 필연적인 진리인 것처럼 퍼뜨리고 있었다.

둘째, 삼단논법은 논증 전제들 자체의 진위를 가리는 데 무력했다. 인간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는 있을지언정 자연 연구에서는 무력하다고 주장. 더욱이 당시의 학자들은 공리를 새롭게 획득하는 일에 태만했다. 베이컨의 귀납법이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된 대안이다.

▷ 실험적 방법론과 결합한 "참된" 귀납법 :

성급한 일반화의 위험을 간직한 귀납법은 아니었다. ("참된" 귀납법과 "통속적" 귀납법 대립) 또한 인간의 감각이 지닌 한계 또한 인식하고 있었다.

방대한 자연적, 실험적 사실의 수집에서 출발한다. 우선 X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수집해야 한다. 또한 수집할 때는 수동적으로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된 실험을 통해 각각의 사례가 그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X의 본성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들의 집합에서 X와 관련된 속성들을 추출해야 한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X의 본성("사물의 숨겨진 원인과 작용을 탐구...")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면밀한 귀납적 추론과 적극적 실험 활동이 결합된 전체 과정이 베이컨이 제안한 "참된" 귀납의 요체였다.

▷ 공개적 지식과 위계적 협동 : 

참된 귀납은 다양한 형태의 실험적 활동과 사실의 수집, 그리고 이를 분류하고 분석, 종합하는 방대한 작업을 요구했다. ("진리는 시간의 딸이지 권위의 딸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베이컨은 처방을 내놓았는데, 그것은 '지식의 공개''위계적으로 분할된 작업 조직 간의 협동'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국가는 이와 같은 조직적 활동을 적극 후원해야 한다.


베이컨에 따르면, 자연철학의 진보와 국가의 적절한 관리 사이에는 밀접한 상호 관계가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긴장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은 그 잠재성을 만개시키기 위해서는 실험을 통한 인간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했는데, 이와 같은 활동을 신이 보장해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정당성을 신에게서 찾을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어떤 이유로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