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통론1 - 2주차 독서 노트 (2018. 3. 9)
우주의 음악과 하모니
조장현
플라톤 저, 박종현·김영균 공동 역주,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서광사, 2000) 27c-69a(pp. 74-194)
1. 우주론적 탐구의 성격과 그 범위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되 생성을 갖지 않는 것’은 합리적 설명(logos)과 함께하는 지성에 의한 앎(이해)에 의해 포착되며, ‘언제나 같은 상태로 있는’ 것이다. 반면 ‘언제나 생성되는 것이되 결코 존재(실재)하지는 않는 것은 ’비이성적인 감각‘과 함께하는 의견의 대상이며, 생성·소멸되는 것이며 결코 ’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생성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원인이 있어야 하므로 ‘만드는 이(demiourgos)'와 그가 본 떠야 할 ’본(paradeigma)'이 있어야 한다. 그는 ‘언제나 같은 상태로 있는 것’을 본으로 삼아 자기가 만드는 것이 그 형태(idea)와 성능(dynamis)을 갖도록 만든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사물의 본성(physis)와 실재성(ousia)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사물의 dynamis이다.
우주(세계: kosmos)는 생성되었다. 감각에 의해 포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아름답고 이를 만든 이 또한 훌륭하다면, 그가 영원한 것을 바라보고 그랬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주는 ‘똑같은 상태로 있는 것’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우주는 어떤 것의 모상(eikon)임이 필연적이다.
설명은 대상의 본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지성’에 의해 포착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은 한결같고 변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 그것을 본뜬 것에 대한 설명은, 모상이기 때문에 ‘그럼직한 설명들(eikotes logoi)'이어야 한다. 이 그럼직한 설명은 형상에 대해 성립하는 ’참된 설명(alethes logos)‘의 모상이다. 따라서 인간적 본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신들 및 우주의 생성에 관해서 일관되고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없다.
2. 지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 ① 창조의 동기와 그 본
우주를 구성한 이는 무슨 이유로 창조물과 우주를 구성했을까? 그는 훌륭한 이였고, 따라서 질투심이 없어서 모든 것이 최대한 자신과 비슷한 상태가 되기를 바랐다. 즉 그는 우주 창조에 있어서 가능한 한 최선을 실현하고 있고, 따라서 ‘좋음의 이데아’를 우주 창조에 있어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조화롭지 않고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가시적인 모든 것을 받아서 질서있는 상태(taxis)로 이끌었다. 지성(nous)을 지닌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훌륭하고 지성은 혼(psyche)과 떨어져서 있을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지성을 혼 안에 넣고 혼은 몸통 안에 넣어서 우주를 구성했다. 이것이 그 본성에 있어서 가능한 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데미우르고스가 무엇을 본으로 삼아 살아 있는 것들을 구성했을까? 그는 ‘지성에 의해서라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본 떠서 우주를 구성했다. 그는 우주를 모든 면에서 완전한 것을 최대한으로 닮게끔 만들었으므로, 우주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포함하며 유일하다.
3. ② 우주의 몸통 구성
우주는 감각 가능해야 하므로 불과 흙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이 둘을 결합하기 위해선 제삼자인 끈(demos)이 필요하다. 플라톤은 이 표현을 기본적으로 요소들을 하나의 통일체로 통합하는 과정에 사용하는데, 이러한 ‘묶음’을 통해 좋음이 실현된다. 끈들 중 가장 훌륭한 것은 등비 비례(a:x=x:b)의 역할을 하는 끈이다. 모든 것들이 필연적으로 같은 것들로 되고, 따라서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의 몸통은 입체인 것이 적절하므로 하나의 중항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신은 물과 공기를 불과 흙 사이의 중간에 놓아서 서로에 대해 같은 비례 관계를 갖는 것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이것들로 인해 우주의 몸통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생겨났으므로, 이것들한테서 친화(philia) 또한 얻게 되었다. 이 단어는 아마도 엠페도클레스가 사용한 단어에서 왔을 것이다.
신은 네 가지 요소를 남김없이 사용해서 몸통을 구성했다. 그래야 최대한 전체로서 살아 있는 완전한 것이 되고, 하나뿐이고, 늙지도 병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형태를 자신 안에 포용하는 형태가 적절하므로 구형으로 만들었다. 이 형태는 최대의 자기 동일성을 지닌 것이다. 또한 지성 및 지혜와 가장 많이 관련된 회전 운동만을 부여했다. 원운동이 지성 및 지혜와 관련되는 까닭은 원운동이 어떤 것보다도 자신의 동일성을 가장 잘 유지하기 때문이다. 데미우르고스는 형상의 불변성과 동일성을 생성의 세계에 가능한 한에 있어서 최대한으로 실현하고 하는데, ‘원운동’은 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운동이다.
4. ③ 우주 혼의 구성 및 동일성의 운동과 타자성의 운동
신은 이제 우주의 몸통의 중심에 혼을 자리잡게 한 다음, 그것이 우주의 몸통 안팎으로 미치어 있게 했다. 실제로 몸통과 혼은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열상으로는 혼이 몸통에 앞선다.
그는 셋째 종류의 존재(ousia), 동일성(he tautou physis), 타자성(he tou heterou physis)를 하나의 형태로 혼합해서 우주 혼을 만들었다. 플라톤이 이렇게 혼을 중간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이유는 혼이 형상의 세계와 감각의 세계에 모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주 혼은 두 세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플라톤은 3단계의 수학적 조작을 통해 우주 혼을 구성한다. 그는 첫 번째 단계에서 2배 간격의 수 계열과 3배 간격의 수 계열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음악 이론과 연관 짓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 그는 수들 사이의 간격을 ‘두 개의 중간 것(평균: mesotes)[조화평균, 산술평균]’을 배치한다. 플라톤은 처음의 수 계열을 조화·산술평균으로 채워 나가면 원래 간격 속에 3/2, 4/3, 9/8의 간격이 생긴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에서 그는 4/3의 모든 간격을 9/8의 간격으로 채워 나갔다. 이렇게 하면 256/243의 비율을 갖는 남은 간격을 갖게 된다. 플라톤이 우주의 혼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음악 이론을 도입하는 까닭은 음악에서 발견되는 두 개의 원리가 우주 혼을 구성하는 동일성과 타자성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p. 97).
신은 만들어진 그 끈을 X모양으로 만들었고, 동일성의 운동은 오른쪽으로, 타자성의 운동은 대각선으로 왼쪽으로 돌게 했다. 그리고 주도권은 동일성의 운동에 주었다. 이제 그는 혼의 중심을 몸통의 중심과 만나게 하고 우주의 몸통 전체에 걸쳐 뻗치게 했다. 혼은 세 부분으로 혼화되어 있고, 적절한 비율로 나뉘고 결합되어 있고, 다시 회전하여 돌아오는 운동을 하므로 어떤 존재를 갖는 것을 접하더라도 자신의 전체를 통해서 운동을 하여 알려준다. 감각에 의해 지각될 수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타자성의 운동에 의해 참된 판단(doxa)이, 이성적인 것과 관련해서는 동일성의 운동에 의해 인식(episteme)이 이루어진다.
5. ④ 시간의 창조와 천체들의 운행 방식
본으로서 살아 있는 것의 본성은 ‘영원’한 것이어서 생성된 것에 완전히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영원의 모상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가 시간(chronos)이라 이름지은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수치들의 구별과 수호를 위해 태양과 달 그리고, 떠돌이별들(행성들: astra planeta)라는 다섯 별이 생겨났다. 신은 그것들 각각의 몸통을 만들고 타자성의 회전이 운행하는 궤도들에 그것들을 자리 잡게 했다. 각각의 천체는 저마다 특정한 시간에 결부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의 뚜렷한 척도가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신은 태양을 만든다. 행성들의 다양한 시간은 태양과 달의 운동의 시간 단위들에 의해 측정된다.
또한 신은 자기 안에 모든 생물을 탄생시켜 다 포함해 가지도록 했다. 우선 신적인 부류(항성)의 대부분의 형태를 불로 둥글게 만들어서 온 천구에 둥글게 배치했다. 신은 그것들에 전진 운동(동일성의 운동에 의한 것)과 회전 운동을 부여했다. 그리고 신은 지구(ge)를 천구 안에 태어난 모든 신 가운데서도 으뜸가고 가장 귀중한 것으로서 고안해 냈다.
6. ⑤ 인간 혼과 몸의 구성
이제 데미우르고스는 혼을 씨로 뿌린 후(이것은 혼에 있어서 불사적 부분인 지성이 된다), 신적인 부류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모방해서 사멸하는 것들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그들은 4요소를 우주에게 빌려와 접합해서 몸을 만든 뒤 불사하는 혼의 회전들을 묶어 넣었다. 이제 생물은 그것들 각각에 부딪치는 것들의 성질들(pathemata)이 혼까지 전달되면서 감각적 지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감각적 지각은 혼의 회전을 흔들게 되면서, 인간의 혼은 참된 인식을 갖지 못하게 된다.
7. ⑥ 시각의 작용 원리
플라톤은 세 가지 종류의 불 또는 빛을 상정하고 있다. 첫째, 눈에서 나오는 불(빛). 둘째, 공기에 퍼져 있는 낮의 불(빛). 셋째, 보이는 대상에서 보이는 불(빛). 처음의 둘은 서로 동질적인 것이므로 하나의 같은 성질을 갖는 물질을 형성한다. 이것이 대상에서 나오는 불(빛)과 만나게 되면, 그것들의 운동을 먼저 눈에 전달한 다음, 온몸을 통하여 혼에까지 전달함으로써 지각이 성립된다.
원인을 진짜 원인과 보조적 원인으로 나눈다면, 신이 인간에게 눈을 준 진짜 원인은 눈의 기능(ergon)이 철학(philosophia)을 얻게 해준다는 것에 있다. 말(logos)과 청각 또한 같은 목적을 위한 것이다. 특히 플라톤은 청각과 관련해서 시가(mousike)의 소리에 유용한 모든 것들도 조화(harmonia)를 위해 주어졌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우주 혼의 회전 운동들이 보여 주는 조화로운 수적 비례 관계를 염두에 두고 harmonia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8. ⑦ 진짜 원인과 보조적 원인
이 모든 물리적 설명은 보조적(부차적) 원인들(synaitiai, ta synaitia)에 속하는 것들이며, 신은 가능한 한 최선의 것을 실현하는 데 봉사하는 것들로 이것들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당시의 자연철학자들)은 이것을 보조적인 것이 아니라 만물의 원인이 되는 것들(aitia)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도 이성(logos)이나 지성(nous)을 지닐 수 없고, 지성은 오직 혼만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9. 필연의 산물들 : ① 방황하는 원인
‘필연(ananke)의 산물들’도 이야기에 병행되어야 한다. 우주의 탄생은 필연과 지성의 결합으로 해서 혼성된 결과의 것이기 때문이다. ananke는 강제·필요·필수·운명·필연·필연성 등의 뜻이 있다. 여기서 ananke는 지성이 개입하기 이전의 물질의 상태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 지성이 개입하기 이전의 물질들은 다른 것에 의해 움직여지고 다시 다른 것들을 필연적으로 움직이지만, 이 운동은 불확정적이고 불규칙적이며 무질서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ananke는 48a6~7에서 ‘방황하는 원인의 종류’로 규정된다.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원인의 종류로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성은 필연으로 하여금 생성되는 것들의 대부분을 최선의 것을 향해 이끌고 가도록 설득함으로써 필연을 다스리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방황하는 원인의 종류, 즉 그것이 본성상 어떻게 운동을 일으키는지를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천구의 생성 이전의 4요소의 성질을 그 자체로, 그리고 그때의 이것들의 상태들(pathe)을 고찰해야 한다. 즉 그것들은 우주(to pan)의 원소들(stoicheia)로 상정하고 원리들(근원적인 것들: archai)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0. ② 생성의 수용자에 대한 비유적 설명들
플라톤은 ‘지성에 의해서[라야] 인식되는 것들’과 ‘감각에 의해서 지각되는 것들’ 뿐만 아니라 세 번째 종류도 있어야 함을 설파한다. 일단 주목할 점은 그가 계속해서 셋째 종류의 것이 파악하기 힘든 것임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까닭은 이것이 지성에 의해서 파악되는 것도 아니고 감각적 지각에 의해서 파악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성능(dynamis)과 본성(physis)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 이것은 일체 생성의 ‘수용자(hypodoche)’이며 기본적으로, 생성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는 그것들이 ‘그 안에서 언제나 생성되어서 나타나고 다시 그곳으로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플라톤이 셋째 종류의 것을 상정하는 이유는 ‘감각에 의해 지각되는 것들’을 형상의 모방물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형상과 감각에 의해 지각되는 것들은 구분될 수 없다. 그리고 이 종류는 감각에 의해 지각되는 것들이 그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기반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순수한 연장이나 추상적 공간으로 볼 수는 없다. 즉 ‘셋째 종류’는 ‘공간적 측면’만이 아니라 ‘영양을 제공하는 측면’, 즉 ‘구성적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플라톤은 우리가 ‘모든 현상적 세계는 반복적이고 안정된 한정된 특성들의 나타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현상을 이런 특성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면, 이런 특성들이 나타날 수 있는 토대 혹은 기반을 상정해야 한다. 바로 이런 토대 혹은 기반이 ‘생성의 수용자’로 불리는 것이며, 이것은 생성의 토대로서의 자기 동일성을 언제나 잃지 않는 것이다. 한편 플라톤은 ‘새겨질 상’이 온갖 다양성을 보이는 다양한 것이려면, 새겨지는 것인 안에 들어와 있게 되는 곳인 바로 이것(수용자)은, 어떤 형태도 갖지 않는 상태로 있는 것 말고는 다른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수용자와 형상은 존재론적으로 분명히 다른 것이며, 이들에 대한 인식도 같은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플라톤은 이것 자체가 감각적 지각을 동반하지 않는 ‘일종의 서출적 추론(logismos tis nothos)’에 의해서나 포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일종의 추론에 의해 알게 되는 것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형상들의 경우처럼 정통적인 지성(nous) 자체의 이해(noesis)에 의해 알게 되는 대상도 아니다. ‘서출적(nothos)'이란 이런 의미에서 붙인 표현일 것이다.
11. ③ 혼돈의 상태에 대한 기술
수용자는 닮지 않고 균형이 잡히지 않은 힘들(dynameis)에 의해 그 자체가 운동(방황하는 원인: 본성상 무질서한 운동을 일으키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때 네 가지 부류의 것들 중에서 닮은 것들은 닮은 것들끼리 모이게 되었다. 질서가 생기기 이전에는 모두가 비례(비율: logos)도 없고 척도(metron)도 없는 상태로 있었다.
바로 이런 성질의 것이었던 것들을 신이 최초로 도형(eidos)들과 수(arithmos, 삼각형의 수?)들로써 형태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가능한 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게 구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12. ④ 4원소의 수학적 구성과 정다면체의 할당, 변환
직선 형태의 평면은 삼각형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모든 삼각혁은 두 가지의 삼각형에서 비롯되는데, 각각은 직각이등변삼각형과 직각부등변삼각형이다. 플라톤은 이 삼각형들을 불 및 다른 물체들(somata)의 시초(원리: arche)로 상정하고, 필연성을 동반하는 그럼직한 설명을 따라 나아간다. (필연성? Taylor는 두 개의 삼각형을 상정할 경우 연역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다는 귀결의 필연성을 의미. Brisson은 필연의 산물로 공간 속에 주어진 4원소의 흔적들을 갖고서 작업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염두에 두고 한 표현이라고 봄. Conford가 지적하듯이, 모두 염두에 둔 표현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을 근거로 네 가지 부류의 물체들이 구성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물, 불, 공기는 직각부등변삼각형으로 구성되어 서로 변환이 가능하지만, 흙은 직각등변삼각형으로 구성되어 그것들과 변환이 불가능하다. 그는 불, 공기, 물, 흙에 차례대로 정4면체, 정8면체, 정20면체, 정6면체를 할당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12면체를 만들어 이것은 우주 전체에 할당한다. 그는 각각의 도형을 요소(stoicheion) 및 씨(sperma)라고 부른다.
한편 플라톤은 요소들이 서로 만나면 날카로움에 의해서 해체되고 이동을 한며 다시 만나서 자신들끼리 결합하는 식으로 요소 사이의 변환을 설명한다.
12. ⑤ 운동(kinesis)과 정지(stasis)
운동은 균등성의 상태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게 하는 것이 없이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 있을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렇다. 양쪽 것이 없으면 운동이 없으며, 이것들이 균등한 것일 수 없다. 즉, 정지는 균등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반대로 운동은 불균등성에 기인한다. 불균등성의 원인은 ‘같지 않음’인데, 이 ‘같지 않음’은 상호 변환의 무한한 다양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한편 플라톤은 상호간의 운동(변환: kinesis)들과 이동(phora: 장소 이동)들이 왜 멈추지 않았는지를 논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의 허공(kene chora)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우주의 회전은 4원소를 모두 에워싸고 있으므로 본성적으로 그 자신에게로 모이게 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그것들 모두를 죄어서 어떤 빈 공간도 남게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분명히 플라톤은 빈 공간(허공: kene chora)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원소들로 구성된 것들의 결합구조에 존재하는 빈틈을 인정한다. 이것은 일견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p.164).
어쨌든, 암축 형태의 죔은 작은 것들을 큰 것들의 빈틈(dikena)으로 밀어 넣고 분해시켜 그것들을 그들 자신의 지역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각각은 크기를 바꿈으로써 또한 장소상의 위치도 바꾸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해서 불균등성의 발생이 영속적으로 유지됨으로써 물체의 영속적인 운동 또한 지속적으로 있게 된다.
13. ⑥ 감각적 지각과 그 성질들
플라톤은 어떤 원인들로 해서 4원소들의 성질들(pathemata: 외적 대상이 그 자체로 갖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겪는 것들)이 생기는 지도 상세히 밝히고 있다. 특히 무거움과 가벼움을 성질로 분류하고 ‘아래’와 ‘위’라 불리는 성질과 함께 검토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우선 그는 아래, 위와 같은 통상적인 표현의 오류를 지적한다. 그리고 무거움과 가벼움의 감각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양쪽 것들(서로 다른 것들)은 자신과 같은 부류에 달라붙으려 하지만 더 작은 쪽이 더 큰 쪽 것보다 우리의 강제에 쉽게 그리고 먼저 이질적인 쪽으로 딸려 온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가볍다’고 말하고, 우리가 그쪽으로 강제하는 지역을 ‘위’로 일컫는 반면에, 이것들과 반대되는 상태(성질, 처지: pathos)를 ‘무겁다’고 그리고 ‘아래’라고 한다.
14. 『티마이오스』의 영향
3세기 말과 4세기에 로마제국은 행정적으로 동부와 서부오 양분되었다. 서부의 라틴 세계는 더 이상 예전처럼 활기차게 동부의 그리스 세계와 교류할 수 없게 되었다. 로마제국 말기에는 그리스 학문에 접근하기 힘들게 만든 두 지역의 관계 단절의 위협을 자각하고 그리스 철학의 기본문헌을 라틴어로 번역해서 이에 대처하고자 한 학자들이 등장했다. 특히 중요한 인물은 칼키디우스와 보에티우스인데, 전자는 약 4세기 말(추정)에 『티마이오스』의 그리스어 원전을 라틴어로 번역했다. 이 번역본이 중세로 흘러 들어가 중세 플라톤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이 주석은 학설집 전통에 의존한 것으로 고대 말의 다양한 철학자를 인용하며 플라톤의 우주론 개념을 설명하고 정교하게 다듬었다.
9세기에 바그다드에 설립된 ‘지혜의 집’을 관장한 인물 후나인 이븐 이샤크(Hunayn ibn Ishaq:808~873)가 『티마이오스』를 번역했다.
12세기 학교에서 자연철학이 중심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당시 지적 번영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연철학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라틴어 고전 연구가 일반화되면서 자연철학의 고전도 학자들의 관심에 포함되었다. 이때 『티마이오스』에 대한 칼키디우스의 번역본은 핵심 교과서로 부상했다. 『티마이오스』는 12세기 자연철학의 의제와 내용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주된 과제는 플라톤의 우주론(또는 우주기원론)과 교부들이 수세기에 걸쳐 주석한 『창세기』의 창조론 사이에서 조화를 일구어 내는 일이었다.
『티마이오스』를 위시한 여러 문헌은 자연질서가 불변이라는 관념을 고취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도 자연질서의 일부라고 간주했다. 이런 문맥에서 인간의 자연본성(human nature)에 대한 연구는 우주에 대한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런 관점은 대우주-소우주 유비에 의해 한층 뚜렷하게 부각되었다. 이 유비는 점성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이었다. 플라톤주의의 강력한 영향력과 라틴어로 번역 소개된 이슬람 천문학 및 점성술의 영향력이 가세하면서 12세기 동안 점성술은 예전의 위상을 거의 회복했다. 『티마이오스』의 데미우르고스는 천체의 신들을 먼저 창조하고 각각에게 지상의 생명형식을 낳도록 책임을 위임한다. 별과 지상 사이에는 지속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암시한 셈이었다. 이 함축적 해설은 우주의 통일성이라는 관념, 즉 대우주-소우주 유비와 짝을 이루어 점성술에 대한 관심과 믿음의 부활을 가져왔다. 12세기 점성술은 초자연적인 것과 거의 무관했으며 당시 ‘자연주의자들’사이에서 만개헀다. 그것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자연의’ 힘을 면밀히 살피는 연구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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