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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근대철학

마르크스 철학의 출발점

Ⅰ. 마르크스의 '유물론 비판' - '실천'

 1. '실천'이란 개념을 철학에 끌어들인 장본인

  1) 실천이란 개념을 통해 근대철학의 문제설정을 넘어선다.

  2) 근대철학자들이 사용하는 '실천'이란 말은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영역이란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다.

  3) 실천이란 말은 다만 서술적인 의미로, 그것도 윤리학이란 영역에 제한되어서 사용됨.

  4) 이런 말을 '개념'이라 하긴 곤란하다. 개념이란 대상을 파악하거나, 그 파악 방법과 관련해 다른 개념들을 조직해내고, 그것들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는 특별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5) 마르크스가 실천을 개념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그 말에 바로 이런 기능과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2.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 수록된 '실천'에 관한 핵심적인 명제들

  1) 첫째, '대상'으로서의 실천 - 포이어바흐에 관한 첫 번째 테제

   1] "지금까지의 모든 유물론―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을 포함하여―의 주요한 결함은 대상, 현실을 객체의 형식으로만 파악했고 그것을 실천으로 파악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2] 포이어바흐의 극단적 유물론

    ① "인간이란 자기가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② '기계적 유물론'

    ③ 마르크스가 보기에 이런 유물론은 대상이나 현실을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고정적인 객체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 대상이나 현실을 실천으로 파악한다는 것

    ① 무엇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본질이 달라진다.

    ② 이러한 변화는 실천에 의해 이루어진 변화이고, 따라서 그것의 본질은 실천의 개입 없이는 옳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4] 대상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뀐다.

    ① 포이어바흐는 대상을 정태적인 것, 지각에 의해 관조되기만 하면 옳게 파악할 수 있는 정적인 것으로 파악. → 대상 자체가 인간의 생활 과정, 실천 과정 속에서 변화되고 변혁되는 것을 보지 못 했던 것이다.

    ② 마르크스는 대상의 개념 자체를 바꾸려 한다. 대상을 활동적인 생활 과정, 실천 과정으로서 파악하려 한다. → 물질 혹은 대상 자체를 물질적 생산방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 대상은 사회적 맥락과 역사 속에서 정의될 수 있게 된다.


  2) 둘째, 대상에 대한 지각 - 포이어바흐를 비롯한 유물론자들이 대상을 단순히 지각 · 직관 · 감각으로만 파악했다고 비판

   1] 어떤 대상에 대한 지각을 단지 감각기관을 통해서 관조하는 행위로만 간주

   2] 이러한 포이어바흐의 생각은 헤겔의 관념론을 비판하면서 제시된 것이다. 

   3] 마르크스에 따르면 지각이나 감성은 대상과 목적을 갖는 '활동'이자 '실천'이다. 

   → 실천적 맥락에 따라 대상은 다르게 파악될 수 있다.

  ⇒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양식이나 일상적인 실천, 혹은 목적을 갖는 실천 속에서 사물을 지각한다.


  3) 셋째, 진리의 문제 - 포이어바흐의 두 번째 테제

   1] 인간이 대상적 진리를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2] 참인가 아닌가는 실천해 보면 안다라는 식의 실증주의자들이 말하는 '검증' 개념과는 다르다.

   3] 마르크스의 말대로 대상이나 지각이 '실천'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면,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사물도 다른 것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4] 사람들은 나름의 '실천' 속에서 그 사물이 무엇인지 인식한다. 그리고 실천 속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검증한다.

   5] 각자 자기 식의 실천을 통해 자기 주장을 증명한다. 

   6] 진리의 문제를 현실성과 힘, 차안성을 입증하는 문제로 바꿔 버린다.

  ⇒ 근대적인 진리 개념으로부터의 근본적인 전환


  4) 넷째, 계몽주의 비판 - 포이어바흐에 관한 세 번째 테제

   1] '교육과 환경'에 의해 인간이 바뀐다는 생각(계몽주의) 비판

   2] 계몽주의의 근본 관점인 이분법 자체를 비판한다.

   → 계몽주의적 이분법 자체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극히 근본적

   3] "환경은 인간에 의해 변화하며 교육자 자신도 교육받아야 한다."

   4] 근대적 윤리학 자체를 해체 - '혁명적 실천'이란 개념을 도입. 혁명적 실천 속에서 교육자 자신도 교육받을 것이다. (사실 혁명적 실천 과정에서 교육자-피교육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 계몽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윤리학 또는 정치학을 열고 있다.


 3. 포이어바흐 비판이면서 동시에 헤겔 비판

 → 그들에 대한 이중적 비판을 수행하는 가운데 근대철학의 문제설정 전체를 비판하고 이는 셈


 4. '유물론'에 대한 비판

  1) 근대적 문제설정과 개념에 사로잡혀 있는 유물론에 대한 비판

  2) 이 비판을 통해 유물론 자체를 다른 것으로 치환하고 있는 것

  3) 이 기초 위에서 '역사유물론'이라 불리는 새로운 유물론의 형성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Ⅱ. 역사유물론과 주체철학

 1. 역사유물론이 진전됨에 따라 근대철학의 출발점이었던 주체 개념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2. '인간'이란 개념 자체를 해체

  1) 인간이란 포이어바흐처럼 사랑이나 의지를 본질로 하는 존재로 정의될 수 없고, 데카르트처럼 '이성'과 '정념'을 가진 존재로 정의될 수도 없다.

  → 인간의 수많은 특성 중 몇 가지를 추출해서 인간의 본질이 그것이라고 선언하는 데 불과하다

  2) 정말로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어떤 사회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 "흑인은 흑인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그는 노예가 된다."

  3) 인간이란 선천적이고 항구적인 어떤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관계가 달라지면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 사회관계가 달라지면 그 본질도 달라진다.

 ⇒ 근대철학의 출발점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집어엎는 것이다.


 3. 주체가 '사고'하는 내용이나 방식 역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1) 개인들이 갖고 있는 의식이나 관념은 사회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

 

 4. 역사 개념의 변화

  1) 더 이상 역사는 어떤 주체(절대정신? 인간?)가 자신의 목적에 따라 만들어내는 무엇이 아니다.

  2) 역시 역시 사회적 관계에 의해 정의되고, 그것의 변화와 대체 과정에 불과한 것이 된다.

  → 역사란 "주체도 목적도 없는 과정"(알튀세르)

  3) 헤겔처럼 소외되거나 실현되어야 할 목적이나 정신 같은 것은 없다.

  4) 『자본』: 다만 자본주의에서 자본축적의 역사적 경향만을 도출하고 보여줌.

  → 공산주의라는 이상적 상태를 목적으로 가정하는 '목적론'이라고 비판하지만, 이것은 목적론의 개념을 남용한 것이다. 어떤 경향을 말하는 것이나 어떤 상태로 되리라는 서술 자체가 목적론은 아니기 때문이다. 목적론은 그러한 경향이 어떤 이념이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Ⅲ. 마르크스 철학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1. 실천이란 개념을 통해 철학적 사고의 틀을 변환

  1) 대상에 대한 개념 전환

  2) 확고하고 불변적인 진리라는 목적 자체 해체

  3) 근대철학의 출발점인 자명한 주체 또한 해체

  → 주체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

  4) 인간을 특정한 주체로 만들어내는 사회 역사적 요인을 다루는 새로운 이론적 틀 제시 (역사유물론)


 2. 해체 방식

  1) 근대적 문제설정 내부에서 그 딜레마와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라, 그 외부로부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1] 따라서 흄의 것과 성격을 크게 달리한다.

   2] 해체가 다른 차원의 개입으로 인해 이루어짐으로써 회의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3] 오히려 새로운 개념과 문제설정의 구성을 통해 예전의 문제설정을 해체하는 식으로 행해짐.

  2) 지식과 주체, 역사등을 다루는 새로운 방법

   1] 진리의 문제를 벗어나 현실성과 힘이라는 차원에서 지식을 다루는 방법

   2] 지식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조건 속에서, 지식의 형성과 기능을 다룬다.

   3] 이런 점에서 진리를 극단의 회의에 몰아넣고 스스로 당황했던 흄과 달랐다.

  3) 주체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1] 주체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조건 속에서 상이한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태제를 통해, 그러한 조건에 대한 연구에 의해 분석적으로 파악되어야 할 대상이 된다.

   2] 주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심리학에 기초해야 한다는 발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 내포

 ⇒ 실천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근대적인 문제설정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 근대철학을 벗어나는 개념들과 사고법을 포함하는 새로운 문제설정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3. 근대철학으로의 회귀?

  1) 마르크스는 헤겔의 영향이 아직 독일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시대, 산업혁명이 독일에서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던 시대에 살고 있었다.

  2) 세인들의 이해를 훌쩍 뛰어넘은 탁월한 사상가가 되기를 거부한다.

  → 그에게 사상이란 대중 자신의 것으로 되어야 할 혁명의 무기

   1] 자신의 철학을 대중과 결합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자본』 1권 서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그러기 위해선 근대적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사상을 '번역'해 주어야 했다. → 근대적 개념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사고방법을 설명하는 작업 (자신이 자신의 사상을 근대화해야 하는 역설)

  3) 근본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1] 진리에 대한 근대적 개념을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이론이 '과학'일 것이라는, 혹은 과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과학주의라는 근대적 사고방식에 스스로 갇혀 있음)

   2] 이런 측면에서 실천의 개념 역시 '근대화'된다.

   → 물질적 대상과 지식이 일치하는가의 여부를 실천을 통해 검증한다는 지극히 근대적인 의미로 해석됨.

   3] 이후에는 유물론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철학적 유물론'(근대적 유물론)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렇게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레닌의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4) 반면 과학주의에 반대하면서 인간의 존재론적 본질로서 '실천'이란 개념을 중심에 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1] 흔히 '실천철학'이라고 불리는 흐름

   2] 루카치, 그람히, 코지크(K. Kosik) 등

   3] 이 역시 어떤 불변하는 본질(존재론적 본질)을 갖는 주체로 인간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근대적인 주체철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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